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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오름 트레일런 30K

목표 체중보다 3kg 무거운 몸으로 출발선에 섰지만 기록은 개인 최고였다. 중반의 종아리 경련과 30분 넘게 멈춰 선 병목 구간까지, 제주 오름 트레일런 30K의 기록.


대회 직전에 몰려있던 회식, 어깨부상으로 수영과 웨이트 트레이닝를 쉰 여파로 목표했던 대회 체중보다 3kg 무거운 몸이었다. 당직 근무를 마친 다음 날 제주로 넘어왔으니 컨디션도 좋을 리 없었다. 출발선에 서기 전까지는 완주만 하자는 생각이었다.

출발선

전날 밤 장비를 늘어놓고 한 장 찍었다.

대회 전날 늘어놓은 장비대회 전날 늘어놓은 장비

대회 당일 아침 컨디션도 그닥 좋지 않았다. 아침의 출발 게이트 앞은 사람으로 가득했다. 비가 오는 날의 앞뒤를 피했고 더운 날씨도 피했다. 날씨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운이 좋았던 부분이다.

출발 게이트 앞에 모인 참가자들출발 게이트 앞에 모인 참가자들

출발 전 일행들과 신발출발 전 일행들과 신발

몸이 먼저 알려준 것

달리기 시작하자 다른 감각이 왔다. 예전보다 10kg 정도 가벼워진 몸이었고, 남산과 한양도성에서 업힐 훈련을 이어온 시간이 있었다. 체감 난이도가 확연히 낮았고, 심박수도 훨씬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코스 자체가 쉬운 편이기도 했다. 태백 대회에 비하면 획득고도가 작고, 업힐 구간이 분산되어 있으며, 아주 높은 오르막도 없었다. 그 점을 감안해도 체력이 올라온 것은 분명히 느껴졌다.

보급 계획도 바꿔봤다. 30분마다 에너지젤을 100kcal 정도씩 한 포, 한 시간마다 솔트스틱을 한 알씩 꾸준히 넣으며 달렸다. 마그네슘과 나트륨, 염소를 함께 보충하는 방식이다. 이 부분은 효과를 본 듯하다.

숲길 싱글트랙숲길 싱글트랙

종아리가 멈춘 지점

일행을 따라 오버페이스를 했다. 그 여파인지 중반쯤 양쪽 종아리에 모두 쥐가 났다. 조금만 달리려고 하면 다시 올라오는 상태가 되어, 중반 이후로는 빠른 걷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달리지 않았기 때문에 업힐에서도 빠른 걷기 속도를 유지할 수 있었다. 마지막 업힐 구간에서는 보이는 사람을 모두 추월하며 패이스를 끌어올렸다. 하지만 평지와 다운힐에서 달릴 수 없다는 점 때문에 기록은 많이 쳐졌다.

능선을 오르는 구간능선을 오르는 구간

30분에서 1시간, 제자리

중간에 엄청나게 긴 병목이 있었다. 거의 30분에서 1시간을 제자리에 서서 보냈다. 달릴 수 있었다면 상쾌하게 지나갔을, 탁 트인 고원 구간이었다.

병목이 풀릴 때쯤 알게 됐는데, 10K 참가자들의 후미와 30K 코스가 겹치면서 생긴 정체라고 했다. 이번 대회에서 가장 아쉬운 부분이었다.

골인

30K를 5시간 49분 10초에 완주했다. 평균 시속 5.16km, 페이스로는 킬로미터당 11분 38초.

개인 최고 기록이다.

골인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골인 지점을 통과하는 순간

완주 후

대회가 끝나고 제대로 된 식사를 챙겨주는 점은 정말 마음에 들었다. 고기국수와 수육이 진짜 맛있었다.

완주자들로 가득한 국수 부스완주자들로 가득한 국수 부스

완주 후 받은 고기국수와 수육완주 후 받은 고기국수와 수육

양말을 벗으니 양말 모양 그대로 경계선이 생겨 있었다.

양말 자국이 선명한 종아리양말 자국이 선명한 종아리

마사지 부스는 줄이 길었지만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었다. 평소에 매일같이 폼롤러로 종아리를 풀어와서인지, 마사지를 받는 동안 크게 아파하지 않으니 이런 사람은 처음 본다며 신기해하셨다. 다만 다음 날 보니 마사지 받은 자리에 멍이 크게 들어 며칠 고생했다.

대회장 물리치료 부스대회장 물리치료 부스

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대회장풍력발전기가 서 있는 대회장

메달 두 개

완주 메달은 돌하르방 모양으로 귀엽게 생겼다. 다만 현장에서 주최 측 실수로 10K 메달을 받아왔다. 이후 연락해서 30K 메달을 새로 받았는데, 우편으로 도착한 것은 대회가 끝나고 2~3주쯤 지난 뒤였다. 덕분에 메달이 두 개가 됐다.

10K 메달과 뒤늦게 받은 30K 메달10K 메달과 뒤늦게 받은 30K 메달

남기는 말

대회는 전반적으로 만족스러웠다. 날씨도 좋았고 완주 후 식사도 훌륭했다. 리워드가 나시티 하나와 에코백 하나뿐이라는 점, 큰 병목구간에 대한 기억이 조금 아쉬웠다.

무엇보다, 몸이 무겁고 컨디션이 나쁜 상태에서도 개인 최고 기록이 나왔다는 사실이 남는다. 남산의 계단과 오르막, 한양도성의 긴 능선이 몸에 남아 있었던 것이다.

쥐만 나지 않았다면 더 좋았을 것이다. 다음 대회까지 이 부분을 집중적으로 고민하고 해결해야겠다.

공식 기록 카드공식 기록 카드

대회 앞뒤로 제주에서 보낸 시간은 따로 적어두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