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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전후의 제주

제주 오름 트레일런 앞뒤로 보낸 시간.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전날과, 30K를 달리고 난 다음 날. 같은 섬이 전혀 다르게 보였다.


대회 이야기는 따로 적었다. 여기에는 그 앞뒤로 제주에서 보낸 시간을 남긴다.

같은 섬에서 하루 사이를 두고 보낸 시간인데, 전날과 다음 날은 전혀 다른 곳처럼 느껴졌다. 몸도, 마음도, 눈에 들어오는 것도 달랐다.

대회 전날

아직 아무것도 시작되지 않은 날. 다리는 멀쩡하고, 머릿속은 내일 생각뿐이다.

선수 등록

제주 팔레스호텔에서 선수 등록을 하고 배번표를 받았다. 일행 한 명이 늦게 도착할 예정이라 대리 수령까지 해뒀다. 양손에 봉투를 하나씩 들고 나오니 이제야 대회가 실감 났다.

선수 등록 후 배번 물품을 받아든 모습선수 등록 후 배번 물품을 받아든 모습

호텔 근처의 매장 세 곳

등록을 마치고 나오니 호텔 근처에 파타고니아와 코오롱 매장이 예쁘게 자리 잡고 있었다. 그냥 지나칠 수 없어 들어가 구경했다.

파타고니아에서는 마음에 드는 가방을 발견했다. 방수가 되고 물 마르는 칸이 따로 나뉘어 있어 수영 가방으로 쓰기 좋아 보였다. 한참 고민하다 결국 사지 않았다. 이미 아레나 가방을 직구해두고 배송을 기다리는 중이었기 때문이다.

파타고니아 매장에서 백팩을 메어본 모습파타고니아 매장에서 백팩을 메어본 모습

코오롱 매장도 좋았다. 콘크리트와 벽돌을 그대로 드러낸 공간에 러닝캡과 백팩이 종류별로 놓여 있었다. 러닝 용품이 사진에 담긴 것보다 훨씬 많았다.

코오롱 매장 내부코오롱 매장 내부

살로몬 매장은 숙소로 이동하려고 차에 탄 뒤에야 발견했다. 결국 들어가보지 못했다. 이날의 작은 아쉬움이다.

차에서 뒤늦게 발견한 살로몬 매장차에서 뒤늦게 발견한 살로몬 매장

아베베, 그리고 도넛

유명한 도넛가게라기에 아베베에도 들렀다. 하필 배가 고픈 상태로 들어간 것이 문제였다. 눈에 보이는 도넛을 넉넉히 담았다.

다 먹지 못했고, 남은 도넛은 제주를 떠나는 마지막 날까지 짐 속에 남아 처치 곤란이 됐다.

아베베의 블랙백아베베의 블랙백

전날 저녁

저녁은 숙성도 본점에서 먹었다. 본점 건물이 크게 올라가서인지 예전과 달리 웨이팅 없이 들어갔고 빈 테이블도 많았다. 다음 날이 대회라 술은 마시지 않았다.

숙성도 본점의 흑돼지숙성도 본점의 흑돼지

대회 후

30K를 달리고 난 뒤. 다리에는 쥐가 지나간 자국이 남았고, 종아리는 햇볕에 익어 있었다. 어제 매장을 기웃거리던 사람과 같은 사람이라고 믿기 어려운 상태였다.

그런데 마음은 훨씬 가벼웠다. 끝났다는 사실 하나만으로 제주가 다르게 보였다.

포기한 사우나

대회장에서 국수를 먹은 터라 바로 저녁을 먹기는 애매했다. 숙소로 돌아가 씻고 잠시 쉬었다.

원래는 저녁 식사 전에 대회 측에서 제공한 사우나 할인권을 쓸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회장에서도, 숙소에서도 사우나가 너무 멀었다. 30K를 달린 다리로 다시 차를 오래 타고 싶지는 않아 결국 포기했다. 이것도 아쉬운 부분이었다.

범하다 어촌계

대신 곧장 저녁을 먹으러 갔다. 범하다 어촌계라는 고깃집에서 해산물 구이와 고기 구이를 함께 먹었다.

대회 끝나고 먹는 고기는 유난히 맛있다. 오션뷰에 에 해산물과 고기를 같이 먹을수 있는, 흔하게 보기 힘든 식당이다. 야외 테이블도 있었는데 이미 만석이었지만 실내까지도 바닷바람이 너무 잘들어 시원하기도했다.

뿔소라와 전복, 그리고 흑돼지뿔소라와 전복, 그리고 흑돼지

숯불 위의 조개구이숯불 위의 조개구이

바닷가

고깃집에서 나와 바닷가를 걸었다. 현무암 위로 낸 좁은 길이 바다 쪽으로 뻗어 있었다.

사진에 찍힌 건 허공에다 접영 스트록을 연습하던 순간이다. 대회 때 탄 종아리가 빨갛게 익어 있는 것도 같이 찍혔다. 30K를 달린 다리로도 팔은 여전히 다음 운동을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현무암 해안을 걷는 길현무암 해안을 걷는 길

바닷가를 한 바퀴 돌고 '느랑'이라는 술집에 들러 고등어 회를 사들고 숙소로 돌아가 회포를 풀었다.

돌아오는 날

아침은 우진해장국으로 정해두었다. 도착해보니 대기가 여든 팀을 넘겼다. 잠시 서서 줄이 줄어드는 속도를 재보다가, 이 속도로는 비행기를 놓치겠다 싶어 포기했다.

대신 은희네 해장국으로 옮겼다. 결과적으로 잘한 선택이었다. 전날 30K를 달린 몸에 뜨거운 국물이 들어가니 그제야 대회가 완전히 끝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공항으로 갔다. 짐 속에는 아베베에서 산 도넛이 아직 남아 있었다.